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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가는 여인의 방

작품 일련번호 Y4TQ-4SMN-TAL1-AKAS
출품 에이전시 제이플레이스
출품형식 표시 제시출품(단품)
출품자(작가) 김휘영(gnldud813) / kimhwiyeong
작품분류 및 규격 평면작품
작품명 잠겨가는 여인의 방
작품재료 및 형식 oil on canvas
제작년도 2021 년
작품가격 300,000 원
인증서
인증기관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작품평론 오랜 세월 남성 작가들에게 뮤즈로만 소비되어왔던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은연 중에 내비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나오는 여성은 이때까지 소비되어왔던 여성 뮤즈와는 다르다. 주체적이고 스스로 그려지길 거부하며 시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여인의 드레스가 불타오르는 장면은 이제까지 여성 뮤즈를 소비해왔던 시각을 꼬집는 명장면이다. 그 장면을 새롭게 해석 하여 그리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길 바란다.
언뜻 보면 가구가 배치되어있는 평범한 방처럼 보이지만 벽면 일부가 젖어가며(흘러내리며) 점점 물이 차오르고 있다. 타오르는 여성은 물에 잠기는 여성이 되어가고 있다. 여성의 뒤로 보이는 마네킹은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검은 커튼(=어둠) 뒤로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 숨겨지고 숨겨져 와야만 했는지 암시한다.
초현실적인 방, 사실과는 다른 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소비되고 고통받는 여성은 여전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방,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 방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부정적이고 암담한 현실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안 좋은 것에만 초점을 두기엔 싸우는 여성들이 많다. 작품을 통해 싸우는 여성들을 좌절하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적극적으로 의지를 표현하고 차별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격려한다.
대비되는 색체와 왜곡된 형태를 통해 작품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현실에 묶여있는 여성들이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같은 상징을 부여한다.
물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직전 학기 그림에서 연장하는 방식으로 왜곡되고 단순한 평면처럼 표현했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가구, 인물과 단순하고 왜곡된 형태로 표현된 물이 대비될 뿐만 아니라, 빛과 어둠처럼 그림 밖 현실에도 수많은 사람이 성별에 따라 대비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유하는 이미지를 통해 색체 대비를 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탈피, 해소한다.
작품 속 여성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면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다. 우리가 외면하는 불편한 현실과 같다.
작가론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 나는 그것이 약자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이 단순히 작품 그 자체로 평가받았더라라면, 중세 이후 르네상스 시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변해가는 시대의 반영, 그것이 내가 주장하는 미술이고 작품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다. 개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약자’이다. 미술이 시대를 반영하듯 미술계 안에서도 흐름이 있다. 나는 수많은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결국 존경할 수 있는 작가가 모두 남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술계를 벗어나 큰 사회를 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기득권자와 비기득권 자가 확연히 보이는 사회, 주류가 흐름을 만들고 체계가 약자를 도태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 혐오가 만연하는 시대 2021년, 나는 약자를 가장 혐오하고 밀어내는 현시대에 약자를 대변하는 그림을 그린다.

약자들을 대변하는 나 역시 약자에 위치한다.

모두가 비장애인 백인 어른 남성이 아니기에, 약자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차별에 따른 격차를 겪게 된다. 나 역시 여성이고, 동양인이고, 아직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학생 위치이다. 나는 약자를 대변하며 동시에 나의 상황을 대변한다. 특히나 여성이라는 소속감은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작품들과 앞으로 해낼 작품들의 원동력이 되었다. 첫 번째로 접근한 건 현시대에 주어진 문제다. 낙태죄 폐지, 차별 비용, 혐오 범죄, 역차별 등등. 현재도 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약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며 작품을 통해 현시대의 문제가 약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풀어낸다. 이러한 행위는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작품은 하나의 사회 운동을 따르게 된다.

작품의 주제는 약자, 부주제는 공감이다.

작품은 오로지 평면 작업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평면 작업 위에 영상작업을 덧붙여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그것이 무슨 의미일지 추론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작업이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평면 위에 영상을 덧붙이고 빼기도 하는 과정은 내가 약자들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감은 내가 약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작품을 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것은 평면 작업을 할 때도 표현된다. 캔버스 위에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인다. 노랑과 파랑, 구상과 반추상, 고통과 행복, 공감과 기득권에 대항하는 배타성. 그 위에 올라가는 영상은 단순한 그림이 될 때도 있고 그저 흘러가는 시대를 촬영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나를 더 깊이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며 대항하는 정신을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작품 밖에 나의 위치 자체가 관람자에게는 공감을 끌어내는 요소가 된다. 그 공감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내가 의도한 것보다 더 좋은 해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변화하게 될 시대에 내 그림이 조금이나 영향 미치기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내가 앞으로도 추구하는 것은 약자의 처지를 대변해주는 작품이겠지만, 그 방향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하길 원한다. 지금 당장은 자극적이고, 고통받는 모습을 직접 드러내고, 기득권에 대항하여 불같은 성질을 냉정하게 표현해야만 했지만, 변화하는 모습에서는 약자의 고통이 직접 드러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작품만으로도 사람들이 약자들의 입장을, 동시에 작품을 만든 나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작가약력 한남대학교 교내 공모전 아트앤테크놀로지 특선
비고